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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좋은 글들)

젊음이 젊음에게

by sdrr23 2020. 4. 10.

오늘도,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머리를 쥐어 짜 내느라 고민중이니?

니 이력서를 보면서 너무나도 공허해서, 스스로가 초라해 보여?

집에서는 취직하라고 재촉하는데, 여기저기 서류는 넣어봐도 서류탈락이라는 차가운 문자메세지만 받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괴롭니?

혹은, 이미 취직을 했지만 회사생활을 해보니 너와 맞지 않고, 무언가 아쉽고, 니가 잘못 된 선택을 한 것 같아서 다른 선택지가 없나 기웃거리고 있니?

학원에서 너와 함께 토익 성적을 내기위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다 잠재적 경쟁자로 보이고, 오르지 않는 니 영어성적 때문에 마음이 답답할지도 모르겠네.

 

집이 여유로워서 어릴적에 유학을 다녀온 주변인들을 보면서, '쟤네는 집에 돈이 있어서 유학도 다녀오고, 수능보다 쉬운 환경에서 대학도 진학하고, 덤으로 영어도 배워오고, 부럽다. 세상 참 불공평하다 씨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취직후 첫 월급으로 술한잔 산다는 친구의 부름에 조금은 떫은 마음을 가지고, 진정으로 축하의 한마디를 건네지 못하고 넘긴 술 한모금이 너무나도 씁쓸해 집에와서 침대에 누워 공허하게 천장을 바라보며 답답한 가슴을 내리치는 사람들도 있겠지?

지금 걷고있는 길이, 지금 바라는 꿈이, 지금 도전하는 일이, 과연 제대로 된 미래를 향하는 길인지 알 수 없어 두려워 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꺼야.

 

이러나 저러나, 힘들고 답답하고 괴롭다는 공통점을 마음의 빛으로 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너희들에게, 너희들보다 아주 조~금 나이가 많은, 또 아주 조~금 더 사회생활을 한, 입사와 취직, 이직과 퇴사와 관련된 수많은 케이스를 보고 듣고 느껴야 하는 입장에서 적고싶은 말을 적어본다.

 

내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할때, 나는 그다지 많은걸 요구하지 않아. 올때 이력서 한장 뽑아오고, 만약 상하반기 공채에 서류를 넣어본 적이 있다면 그때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같이 프린트 해서 가지고 오라고 요청을 해. 왜 요청하냐구? 나도 뭘 봐야 이사람에 대해서 평가를 할 거잖아.

그런데, 그렇게 준비를 해 온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내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뭔지 알아? 거의 대부분이 "지금 제 이력서에 뭘 더 추가해야 할까요?" 를 물어봐.

그럼 나는 언제나 웃으면서 대답을 하지. "일단 자기소개서부터 좀 읽어보고 말씀드릴께요" 이력서 한장에 너의 인생을 다 요약해서 적을때 느끼는 그 허무함,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한칸한칸 적으면서 느껴지는 비참함과 무력감을 내게 털어놓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가끔 가슴이 아파.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적는게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더욱 더 가슴이 아프고.

 

어학성적때문에 머리 많이 아프지?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인터넷을 해도, 여기저기서 토익이네 토플이네 광고가 쏟아져 나오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성적을 내야 하나 고민들 많이 하지?

나도 토익성적 몇점인데 이거면 충분한가요 부터, 토익스피킹을 따야할까요 라던가 토플은 어떤가요 등등 별의 별 질문을 다 듣고 살아. 그리고 난 그 사람들에게 항상 한가지 대답을 해주는 것 같아.

어학성적은, 마치 니가 금을 사면 따라오는 순금보증서 같은 존재라고. 니가 24k 짜리 금을 1kg를 샀다고 치자, 그런데 막상 알아보니까 보증서에는 24k 1kg라고 하는데, 니가 받은 금은 18k 1kg야. 사기당한 기분이 들겠지? 영어는 이제 어느정도 기본이 되어버린 세상이라고 하지만, 또 막상 진짜 '제대로'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그렇게 길거리에 치이듯 많지는 않아.

 

90년대나 2000년대 초처럼, 영어만 잘해도 월 300은 보장된다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엄연히 따져보면 지금 세상은, 적어도 내가 일선에서 느끼기엔, 영어성적이 좋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정말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은 아니야.

내가 말하는 정말로 영어를 잘한다는 수준은, 읽고 쓰고 말하고 듣고 이 네가지가 빠지는 것 없이, 여권이랑 돈 조금 주고 미국 어느 주의 그 어느곳에 떨어뜨려 놔도 알아서 잘 살아나올 정도의 영어실력이면 충분한 것 같아.

그러니, 당장 눈앞의 취업이란 조급한 목적때문에 영어성적에 목을 매달지 말고, 정말 영어를 잘하게 되는걸 목표로 공부를 해보는건 어떨까?

그냥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딱히 토익이나 토플 시험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바로 시험장에 던져놔도 높은 점수를 받아내거든.

이력서에 뭐라도 한줄을 더 적어내고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묻는 사람들에게 내가 항상 해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

 

Excel 잘 하시냐고 물어. 너희 대학생활 하면서 Word나 한글 많이 썼지? PPT 해야하니까 파워포인트도 많이 썼을꺼야. 그런데, Excel 많이 쓴 사람 있니? 그냥 좀 쓴거 말고 진짜 '많이' 쓴 사람. 아마도 없을꺼야. 경제학과나 통계학과 쪽은 좀 쓸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학과를 나온 사람치고 엑셀 잘 쓰고 많이 쓰는 사람은 잘 없어. 왜 이 이야기를 꺼내냐고?

 

한번 잘 생각해보자. 마이크로 소프트 오피스의 기본 3종 프로그램이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이야. 그리고 어지간한 대학생활을 한 사람들은 워드랑 파워포인트는 당연히 써봤고, 나름 잘 쓴다고 자신있어 하는 친구들도 종종 있어. 워드 잘하세요? 라고 묻거나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잘 쓰세요? 라고 물어보면 정말 자신있게 "워드 파워포인트 이 두가지는 대학생활 하면서 엄청 많이 써서 자신있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다시 물어보는 질문을 너희에게 지금 한번 물어볼테니 잘 생각해봐. 워드를 잘하는 사람은, 마이크로 소프트 워드 프로그램을 잘 쓰는걸까, 아니면 글을 잘 쓰는걸까? 워드는 사실 문서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이잖아? 물론 폰트조절도 하고 사이즈 조절도 하고 그림도 넣고 이런저런 기능들을 사용하기야 하겠지, 그런데 워드를 사용해서 만들어낸 좋은 컨텐츠는, 과연 프로그램을 잘 써서 만든걸까 아니면 그 프로그램을 써서 작성한 내용이 좋은걸까?

 

니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미친듯이 잘 쓴다고 해서 헤밍웨이나 디킨스 같은 작가처럼 역대급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아니겠지? 워드는 그 프로그램을 잘 쓰는 것보다, 그 프로그램을 써서 만들어내는 컨텐츠의 퀄리티가 결과물을 좌우하거든. 그러니 워드는 미친듯이 잘 할 필요가 없어. 남들 하는만큼만 하면 충분해.

 

파워포인트로 넘어가서 한번 생각을 해보자. 파워포인트를 쓰는 이유는 결국 누군가 앞에서 발표를 하기위해서 쓰는거잖아? 발표를 하기 위해 필요한 visual-aid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쉽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지.

물론, 센스있게 잘 만든 프리젠테이션은 가독성도 좋고 보기도 좋고 디자인도 뛰어나지.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과정에서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잘 쓰는 사람이 더 유리하기도 해,

하지만 그것도 사실 생각해보면 결국은, 프로그램 사용능력은 남들만큼만 해도 충분한 부분이야.

나머지는? 니 디자인 감각과 컨텐츠의 풍성함, 그리고 발표자의 수려한 발표능력이 한데 어우러져야 좋은 프리젠테이션이 완성되는 거지.

PPT 만들때 너희 조별과제 하면 분담하잖아. 누구는 PPT 만들고 누구는 자료조사 하고 누구는 발표하고. 왜 분담하니? PPT 만드는걸 잘 만드는 사람이, PPT 툴을 남들보다 잘 쓰니까?

사실 그 프로그램이 그렇게 사용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은 절대 아니야. 그냥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고 자료정리를잘 하니까 만드는거지. 발표자는 왜 발표를 하니? 성격상 대중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발음이 부정확 하거나 목소리가 안좋거나 말을 더듬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발표를 '잘' 하는 사람이 발표를 하는거잖아. 그치?

 

근데 잘 생각해봐. 그 사람이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잘 쓰는거니? 아니야. 그사람은 발표를 잘하는거야. 그렇기에, 파워포인트를 잘 하는것도 사실은 니가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압도적으로 잘 사용하는게 아니라, 미적 감각이 뛰어나거나 혹은 발표를 잘 하는 재능이 있는 것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런 재능은 갑자기 키우기 보다는 타고나는 경우가 더 많지.

 

 

자 그럼 대망의 엑셀을 한번 이야기 해보자. 너희 회사생활 하면, 생각보다 엑셀을 엄청 많이 쓰게 된다는 사실을 아니? 회사생활 하다보면 엑셀 엄청 많이쓰게 되니까 미리 익숙해 지는게 좋을꺼야.

그런데  엑셀은 많이 쓰는것도 쓰는건데, 엑셀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사람' 과 '평범한 사람' 이 만든 spread sheet을 비교해 보면, 차원이 달라.

엑셀만큼은, 그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사람이 더 뛰어난거야. function 하나라도 더 외우고 있고 셀 하나라도 더 variation 잘 주는 사람이 만든 spread sheet이, 업무 할때 더 쓰기 좋은게 사실이야.

진짜 뛰어난 사람이 만든 spread sheet은, 옆에 주석 조금만 달아 두면 엑셀을 처음 쓰는 사람도 그냥 숫자만 채워넣어도 모든 자료가 다 정리되고 조합되고 결과가 나오는 마법같은 spread sheet을 만들기도 해.

반대로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만든 spread sheet은 사용하다보면 답답할 때가 많아.

쉬운길을 돌아가는 경우가 많거든.

엑셀을 써본 사람은 이 말이 무슨뜻인지 아마 이해 할꺼야. 엑셀은 과거 로터스 123 시절부터 spread sheet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몇십년동안 존재해온 프로그램이야.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램과 기술이 그렇게 발달했지만 오늘날에도 옛날에도, 회사에서 꽤나 중요하게 쓰이는 프로그램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어.

게다가 이건 배우면 배울수록 본인 실력이 늘어나는게 눈에 보이기도 하고 또 잘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인정받기 좋은 툴중 하나야. 이만큼 이야기 했으면 어지간한 눈치가 있으면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지?

엑셀 공부 빡세게 해. 내가 살면서 본 이력서중에, 본인 장기에 MOS자격증 같은걸 쓴 사람은 있어도 엑셀 실력 최상급이라고 자신있게 쓴 사람은 거의 못봤어.

그리고 MOS 자격증 취득했으니 엑셀좀 한다고 하는 사람을 데리고, 실제 업무에 사용하는 spread sheet을 다루게 해보면, 멘붕을 겪는 케이스도 많이 봤고.

엑셀은 파고 파도 또 뭔가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니까, 미리 공부해놔. 그리고 나중에 이력서에 당당하게 써. MOS 자격증 취득, 엑셀 사용능력 최상. 이거 한줄을 이력서에 추가하는게, 절대 너희에게 손해는 안된다. 오히려 큰 득이 될꺼야. 진심으로.

 

대학생 시절에, 너희 취업스터디나, 혹은 취업에 성공한 친구나 선배들한테 취업관련해서 정보도 듣고 이것 저것 물어도 보고, 그런거 많이 하지?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의 말이 마치 신의 계시같고 그사람들이 해주는 조언이 엄청나게 들릴지도 몰라

. 그런데 한번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너희가, 취업에 관련해서 질문을 하고, 같이 스터디를 하는 사이라는건, 적어도 그 선배라는 사람도 너와 대학을 같이 다닐만한 나이, 그것도 너 1학년때 4학년이 아닌, 그래도 좀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많아봐야 2~3년 정도의 나이차이가 나는 선배들이 대부분일 거잖아. 그렇지?

친구일 경우에는 나이차이도 없다는 얘기고. 그 사람들도, 회사입장에서 보면 이제 막 대학 졸업해서 회사에 들어온지 1~2년 된 사람들이란 이야기거든.

그사람들은 과연, 자기가 어떻게 해서 취직에 성공한건지 정말 알고 있을까? 회사에서 취업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일일히 붙잡고, 당신의 어떤점이 맘에 들어서 합격시켰습니다 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게 아니잖아?

그 사람들도 아마 이런 이유로 붙은 것 같다 라고 유추하는 수준인거지 완벽한 답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야.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이왕 정보를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한다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있을만한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어. 아니면 아예 돈을 내고 제대로 된 컨설턴트에게 평가를 받던가.

 

너희들, 왜 자소서를 자소설 이라고 이야기 하는지 알아? 다들 이야기를 지어내고 과장하고 뻥튀겨서 쓰니까 자소설이라고 쓰는거야.

자소서에 대해서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이부분은 꽤나 중요한 부분이니까 유의해서 읽었으면 좋겠어.

과반수 이상의 취업준비자들은, 한국에서 초 중 고를 나오고, 수능을 치고, 대학교를 나와서제 취업준비를 하면서 자소서를 쓰는 사람들이잖아.

어느 회사건 대충 자소서에 물어보는 질문들을 보면, wording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결국 물어보는 내용은 엇비슷해. 가장 인상깊었던 경험이라던가, 역경이라던가, 존경하는 인물이라던가, 시련을 이겨낸 경험이라던가... 그렇지?

그런데, 평범하게 초 중 고 나오고 수능보고 대학 졸업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생에, 그렇게 엄청난 역경이나 인상깊었던 경험이 있을까?

그런 경험이나 스토리가 있으려면, 쳇바퀴 흘러가듯 살아온 너희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과 대학시절이 뭔가 엄청나게 흥미진진 했어야 하는데 말야. 그렇지?

그런데 현실은 어때? 내신 다지랴, 학원 다니랴, 공부하랴, 학점 관리하랴, 레포트 쓰랴, 중간 기말 준비하랴, 남들 다 하는거 하고 살았으니 남들과 차별화 되는 특별한 경험이란게 있기가 힘들잖아 현실이. 그렇지? 그래놓고 대학 졸업하니까 인상깊었던 경험을 쓰래.

 

짜증나지? 없는걸 어쩌라고 싶지? 유학이라도 다녀왔으면 그런거라도 쓸텐데 그치? 그러다 보니, 남자애들은 그나마 본인 인생에 역경 혹은 인상깊었던 경험이라고 군대이야기를 많이들 쓰고 여자애들은 이런저런 소설을 작성해서 오는 경우가 많아.

읽다보면 어쩜 그리 천편일률적인지, 내게 자소서를 가지고 오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작은 한 마을에서 비슷한 삶을 살고 온 사람같아 보이는 경우가 너무 많아. 

비극적인 사건이었지만, 세월호 사건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나중에 자소서를 쓸 시기가 온다면, 아마 그 아이들은 자소서에 쓸 내용이 엄청나게 흥미진진 할꺼야.

진짜 어지간한 50~60대 어르신들도 경험해보기 힘들었을 만한 역경을 10대에 겪은거잖아. 내가 면접관이어도, 그런 자소서는 눈에 띄이면 흥미진진해서 한번 읽어보고 싶을만해. 궁금하잖아, 진짜 '사건' 을 겪은 자소서 내용이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너희 인생에 그런 경험이 없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쓰는것도 힘들잖아 그렇지? 내가 지금 이렇게 해답없는 이야기만 하니까 짜증날 수도 있겠다. 평범한 사람이 쓰는 흥미진진한 자소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지금부터 설명할게.

 

 

일단 군대이야기는 가급적 적지 않는게 좋아.

니가 여자인데 군대이야기를 쓸꺼면 그건 괜찮아, 하지만 니가 남자인데 군대이야기를 쓰겠다? 가급적 말리고싶어.

 왜냐고? 예비역 남자들 한번 잘 생각해봐. 너희 술자리에서, 니 친구가 지 군대이야기 하면서 인상깊었던 사건 이야기 하면, 그거 재미있게 들어? 흥미진진해? 아마 대부분은 아닐꺼야. 왜냐고? 너도 군대 다녀왔고 너도 그 좆같은 시간을 겪어봤잖아.

원래 군대는 자기가 다녀온 군대가 제일 좆같고 제일 말도 안되고 제일 힘든법이잖아 그렇지? 자. 너는 니 친구라고 하는, 자주 얼굴을 보고 지내는 아는 사이인 사람의 군대이야기도 딱히 그렇게 관심깊게 듣고싶지 않을 경우가 많을텐데, 하루에 수천개 수만개의 자소서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남 군대이야기 보고싶겠어? 게다가, 니가 쓴 자소서를 읽을 사람이 남자일지 여자일지 모르지 그치?

 

남자라고 치자. 남자가 다른 남자 군생활에 관심두는거 봤냐? 여자가 읽는다고 치자, 그 여자는 군대를 안다녀왔을 가능성이 다분한데, 군대이야기를 하면 공감이 가고 이해가 쉽게 가겠냐? 아니잖아? 어지간하면 군대이야기는 공감도 사기 어렵고 이해도 가기 어렵고 관심을 끌기도 어렵단 말야. 군대이야기 쓸꺼면, 진짜로 간첩 한명이라도 총으로 쏴 죽여보던가 아니면 파병이라도 다녀와 본거 아니면 가급적 적지마.

 

니 인생에 엄청 흥미로운 사건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니 나이 또래에 인생에 강조할만한 스릴넘치고 흥미진진한 사건을 겪으며 큰 사람은 거의 없어.

다들 너랑 비슷한 삶을 살았을꺼야. 그러니까, 자소설을 쓸때, 어떻게 하면 내용을 과장되게 쓸까 어떻게 하면 인상깊게 쓸까 를 생각하지 말고, 누군가 읽을 글이라면 어떻게 하면 읽는 사람이 흥미를 갖게 될까 를 생각하고 글을 쓰는게 좋아.

 

그리고, 기 승 전 결이 확실하게 글을 써. 요즘 들어오는 이력서들 보다보면, (사실 인터넷을 하면서도 많이 느끼지만) 난독증 있는 듯 한 애들도 많고 얼마나 글을 안써봤으면 글을 이렇게 못쓰는 애들이 많나 싶은 경우가 많아.

이야기를 할꺼면 도입 전개 절정 결말 정도를 정리를 해서 써줘야, 사람이 이해가 갈거 아냐. 아니면 아싸리 결말, 절정 전개 도입, 같은 역순으로 써서 일단 결과물부터 보여주면서 시선을 잡고 설명을 하던가. 기승전결을 맞춰서 써줘 제발.

자소서 내용을 보다 보면, 꽤나 자주 벌어지는 큰 실수가 있어. 그게 뭔지 알아?

 

포커스를 잃는거야. 무슨뜻인지 지금부터 설명해줄께. 질문에, 살면서 인상깊었던 사건을 쓰라고 하고, 그게 너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혹은 어떤것을 배우고 느꼈는지 쓰라고 질문하잖아.

그럼 이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기승전결을 맞춰서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 이러한 사건이 있었음. (여기서, 이 사건이 엄청 흥미진진해야 시선을 사로잡겠지?

사소한 사건이어도, 이런 부분은 뻥튀겨서 자소설화 시켜야해) 승: 이 사건으로 인해 이러이러한 상황이 되었음. (그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인해 니 앞에 닥친 시련이 뭔지, 아니면 어떤 인상깊었던 지점이 뭔지, 를 설명을 잘 해서 시련이라면 이게 왜 시련인지 인상깊은 일이면 이게 왜 인상깊은지 읽는사람이 납득이 가게 설명을 해야해)

전: 이 상황을 '니가' 어떻게 해결을 했는지, 혹은 니가 뭘 느꼈는지, 뭘 배웠는지, 너의 활약상 혹은 성장 을 설명을 해야해. (여기서 자소설이 조금 들어가면 좋아) 그리고 결: 그로 인해 성장한 니가, 혹은 니가 배운 것이, 혹은 얻은 가치관이 니가 서류를 넣는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어필을 해야해.

 

자소서라는게 결국은 니가 주인공인거니까 너를 빛나게 해야 하는데, 인상깊은 사건을 쓰라고 해서 사건에 강조를 하는 바보짓을 하지 말기 바래. 그리고, 그 결과물이 어떻게 회사에 도움이 될건지도 좀 어필을 해. 취업이라는게 결국은 풀어놓고 보면, 일시켜주고 돈달라는거잖아.

요즘 대학생들은 만능이 되고싶어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이것도 잘해야 하고 저것도 잘해야 하고... 물론 회사에서 그런 인재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이긴 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어. 정말 만능이 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한가지를 완벽하게 잘 하는 게 더 좋아.

중국어도 쫌 하는데 어학성적 보면 어중간 하고, 영어도 어중간하고, 그러느니 차라리 영어를 미친듯 잘하는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야.

연예계에서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칭호를 처음으로 들은게 누군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람은 임창정이거든? 임창정이 영화도 꽤 흥행한게 많고 (근래에 말아먹은게 많지만) 가수로서도 커리어가 좋고, 예능에 나와서도 기본이상은 하니까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하는거잖아 그렇지?

그런데 우리가, 허경환씨나, 나몰라 패밀리 이런분들이 앨범내고 드라마도 나오고, 예능도 나오고 한다고 해서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부르니? 아이유가 음반도 내고 연기도 하고 예능도 나온다고 해서 우리가 아이유를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부르나? 아니잖아? 다 어느수준 이상으로 잘 해야 만능인거지, 그게 아니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양새밖에 안되잖아.

 

농구로 비유를 하자면, 20/5/5 정도는 해야 versatile 하다고 하지, 4/1/1 한다고 우리가 versatile 하다고 하나? 그건 그냥 벤치선수지. 그런데 말야, 너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회사에서 바로 써먹을 만한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의 이력서는, 거의 만개중 하나 정도? 밖에 안돼. 손에 꼽힐만큼 적어. 나머지는 다 어중간~해.

그러니까, 어설픈 만능이라고 해봐야, 대학수준과 사회수준은 또 차원이 다르니까, 차라리 뭐 하나라도 미칠듯 파놓는게 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꺼야.

심지어, 그렇게 한 분야를 미친듯이 파 놓더라도 결국 그게 또 사회나가면 더 배울게 많은 아직 미숙한 수준인 경우가 많으니까.

 

취업준비를 하는 너에게 내가 질문을 하나 할께. 니 꿈은 뭐냐고 묻고싶어.

 

정말 확고한 니가 이루고픈 꿈이 있니?

 

유치원때 꿈이 대통령입니다 과학자입니다 하는거 말고, 진짜 꿈. (만약 지금 니 확고한 꿈이 대통령이면 그것도 괜찮아) 뭣모르고 내뱉는 꿈이 아니라 정말 깊이 생각해보고, 괴로울 만큼 고민해보고 내린 니 인생의 꿈. 그런게 있는 사람들은 사실 힘들어 할 지언정 방향을 잃지는 않아.

그만큼 빛나는 본인의 꿈이, 자기가 가야할 길을 밝혀주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길이 보이기에 방향은 아는데, 가다보면 장애물이 있거나 때론 지쳐서 힘들어 하는 것 뿐이지.

그런 사람들은 방향은 알고 걸어가는 사람들이야. 하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 보다 방향조차 몰라서 어둠속에서 길을 잃은듯한 막막함에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게 현실이잖아? 그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아래에는 적고싶어.

 

일단 직업적인 부분에 있어서 설명을 하자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직업이 있어.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냥 다 회사원 이라는 분류하에 들어가지만, 그 회사원이라는 대분류 아래 세세하게 분류를 나누다 보면 회사 안에서도 각각 하는일은 제각기 엄청 달라, 그러니까 그냥 막연하게 어떤 회사에 가고싶다 라는 생각보다, 어떤 일들이 있는지 먼저 세세하게 찾아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

그거 찾아보는게 귀찮으면 돈내고 나같은 전문가한테 와서 상담을 받아. 직업을 갖고싶으면 일단 세상에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부터 알아야지. 안그래? 그런데 말야, 그 수없이 많은 직업을 갖더라도, 막상 또 해보면 니 적성에 안맞는 경우도 있고, 니가 생각한 것과 다를수도 있고, 니가 원하던 삶이 아닐 지도 몰라. 그런 사람들이, 회사생활 하다가 한 2~3년정도 지나서 나한테 와서, 이직하고싶다고 이야기를 하지.

 

취직이 급하지? 그런데 한번 잘 생각 해보자. 대학교 졸업생 기준으로, 인생을 살면서 한 소속단체에 가장 오랜시간 몸을 담아본건 아마 초등학교가 대부분일꺼야. 6년이잖아. 취직하면, 6년만 다니고 옮길 생각이야? 가급적이면 너와 잘 맞는 직장에 들어가서 오래오래 있는게 더 좋지 않겠어? 물론 도전정신이 많아서 여기저기 옮겨다니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일단 직장생활이라는건 이때까지 니가 살아온 그 어떤 삶보다 앞으로 긴 시간동안 니가 살아야 할 삶이란 말야. 그러니 일단 급하니까 취직부터 하고 봐야 하는 이 현실속에서, 그래도 니가 어떤 세상에 발을 들이는건지는 좀 조사를 하고, 각오를 다지고, 마음을 먹고 그 발걸음을 내밀었으면 좋겠어.

 

 사람마다 자기가 원하는 삶이 다르고,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고, 자기가 견딜 수 있는 것들이 다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들이 다르기에, 누군가에게는 신의 직장이라 불릴 곳이 누군가에게는 지옥같은 곳이 될 수도 있어.

나는, 내게 컨설팅을 오는 사람들을 컨설팅 할때 항상 우선시하는 가치관이 있어. 그리고 이 부분은 한번 모두가 생각해봤으면 좋을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금전적인 보상과, 개인적인 삶의 가치관과의 조화, 그리고 직업의 만족도를 다 완벽하게 충족하는 직장은 없다고 보면 돼.

사실 있겠지만, 거의 없어. 그러니 만약 니가 다니는 직장이 돈도 너 스스로는 만족할 만큼 주고, 니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과도 상충하지 않고, 직업도 니 적성에 맞는다 싶으면 절대 관두지 마.

괜히 돈 조금 더 받으려고 이직했다가 나머지 두개를 다 잃어버리고 피눈물 흘리며 후회해도 그때는 늦으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선순위를 매겨보는것도 좋아. 예를들어서, 돈은 진짜 많이 주는데 니 적성에도 안맞고 니가 원하는 삶과도 달라. 그런데 니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돈이야,

그럼 그 직업도 한번 고려해 볼만한 일이라는거야.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매일 출근해서 랜덤한 200명의 타인의 오줌을 받아먹는게 니 직업이라고 치자. 근데 연봉 10억을 준대. 출퇴근시간은 9시에서 5시야.  그럼 넌 그 직업을 받아들일래? 당연히 아니라고 할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 그런데 말이야,

 

세상에는 시간당 10만원, 혹은 그것도 안되는 돈을 받고, 타인과 섹스를 하고, 키스를하고, 자기 입에 사정을 하게 하는 성을 파는 여자들도 있잖아? 세상은 그런곳이야. 각자가 추구하는 바만 충족되면 다른 부분은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곳. 예시가 좀 극단적이긴 한데, 한번 잘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야.

월급을 많이 주는데 변산반도 땅끝에서 살아야 하는 직업이 있을수도 있고, 1달 내내 주말에도 일하고 야근은 밥먹듯이 해야 하는 직업일수도 있도,

돈은 얼마 안주지만 안정적이고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있고 야근도 거의 없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있는 직업 (a.k.a 공무원) 도 있고... 각자 가치관에 맞춰서 직업을 구하는거잖아.

그러니, 돈/시간/가치관 이런것들을 잘 생각해보고, 지금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래에 본인이 필요할 것은 무엇인지도 잘 생각해보면 좋겠어.

이게 진짜 중요해. 왠지 알아? 이런 것들로 인해서 니가 어떤 직장을 갖느냐가, 나중에 니가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어떤 가정생활을 영유해 나가는지도 정해지거든.

니가 사랑하게 될 사람이, 니 삶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헤어지게 된다면 그것도 엄청 비극적인 일이 될테니까, 잘 생각해. 이 부분까지 세세하게 이야기 하자면 너무 글이 길어질테니 결혼/배우자 이런 내용까지는 여기선 적지 않을께.

 

얼마전에, 서울대 졸업생이 9급공무원이 되어서 뉴스에 나온 일이 있었어. 그거 말고도 뭐 서울대 나와서도 취직이 안되는 세상이네 뭐네 하면서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 그런 뉴스 보면서 너무 쫄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건 어느정도 너희 기살려주기위한 진실을 이야기 해주는거야. 일을 하다보면, 자기 이력서가 정말 부족함이 없는데 취직이 계속 안된다고 컨설팅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

오기 전에 미리 이력서와 자소서를 받아서 보면, 정말 이력서와 자소서만 보면 이 사람은 대한민국 어지간한 대기업에 다 내가 꽃아줄 자신이 있을 정도로 괜찮은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야.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인터넷에 글을 쓰고, 뉴스에 기고를 하면 그런 글들은 파장을 불러일으켜. 이거봐라, 저런 스펙의 서울대생도 취직이 안되는데, ㅆㅂ 난 어쩌냐 라는 둥...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실제로 보고 인터뷰를 해보고 대화를 나눠보면, 스펙이 좋은데도 취직이 안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

 

성격적인 결함이건 외모적인 결함이건 뭐던간에, 취직하는데 뭔가 문제가 될만한 껀덕지가 20분 안에 파악이 되는 경우가 많아. 물론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은 없어,

하지만 적어도 본인의 결함을 숨기려고 하는게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이라고 나는 생각해. 특히나 그게 취직을 위한 면접자리라면 그건 더더욱 당연한 전제라고 생각해. 그런데,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면전에서 숨겨지지 않는 노출되는 단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펙의 장점보다 보여지는 단점이 더 큰 사람이라면, 당연히 취직이 안되는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너무 의기소침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취직이 더럽게 어려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취직할 사람들은 다 하는 세상이니까. 물론 어렵긴 졸라 어렵지만.

 

이러니 저러니 떠들어봐도, 결국 현실이 너무나도 어렵고 힘들고 괴롭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어.

정부를 탓해야 하는건지, 이런 세상을 물려준 어른들을 탓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이런 세상이 온것에 순응하고 받아 들여야 하는건지 나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다들 기운내고, 조금 더 똑똑하고 조금 더 현명하게, 조금 더 끈질기고 조금 더 악바리같게, 버티고 인내하는 젊음이라면 언젠가 그 결실은 꼭 꽃을 피울거라고 난 믿어. (그렇다고 해서, 진짜 이악물고 해보지 않고 해보다가 안된다고 징징거리는 젊음들이 변명하는걸 용납하고 싶은 건 아니야)

 

어쩌면, 나도 이미 취직도 했고 삶의 안정도 찾았기에 이렇게 여유롭게 떠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내 글이 엄청나게 반감을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진심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이라는 걸 이해해주면 좋겠어.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젊음을 가진 너희 모두들, 힘내. 좋은 결과가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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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긴 아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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